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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니체의 초월자』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조용히 흔들렸습니다. 고독, 인내, 불완전함 — 이 세 가지를 삶의 결핍이 아닌 자기 단련의 재료로 바라보는 시각. 막막하고 자신감이 바닥을 칠 때, 니체의 언어가 묘하게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고독이 실패의 증거라고요? 저는 반대로 읽었습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 생기면 괜히 불안해지고, 빠르게 유튜브를 켜거나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혼자 있다는 것이 무언가 부족하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니체의 초월자』는 그 지점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실존적 고독(existential solitude) — 여기서 실존적 고독이란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해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 은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만이 통과하는 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고독 속에서 처음 만나는 건 생각보다 불편한 자기 자신입니다. 포장되지 않은 두려움, 인정하기 싫었던 나약함 같은 것들이 그대로 올라옵니다. 니체는 이 순간을 회피하는 사람과 직면하는 사람으로 인간을 나눕니다. 그리고 직면한 사람만이 진짜 자기 자신에 가까워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삶이 막막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고독을 채우려고 바쁘게 돌아다닌 게 오히려 더 공허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시간을 버텼을 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니체의 "땅속을 파고드는 두더지" 비유가 그때 와 닿은 이유입니다. 고독은 외부를 향하지 않고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능동적인 자기 단련의 과정인 겁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도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나-그것(I-It)' 관계의 출발점으로 보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간 없이는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관점인데, 니체의 고독론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출처: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고독을 채우려는 반응 — 자극과 관계로 빠르게 메우는 방식
- 고독을 직면하는 반응 — 불편함을 그대로 두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
- 니체가 말하는 자기 삶의 주인은 두 번째 방식을 통과한 사람
버티는 것과 무너지는 것, 그 사이에서 인내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는 더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쉬면 다시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오래 버티는 것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방법이 틀렸는데 의지력으로만 밀어붙이면 소진(burnout)이 옵니다. 여기서 소진이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에너지가 바닥나는 만성적인 고갈 상태를 말합니다. 억지로 버티다가 오히려 더 오래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인내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니체의 초월자』가 말하는 인내는 수동적인 참음이 아닙니다. 삶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능동적 의지력(active will)입니다. 능동적 의지력이란 고통을 그저 견디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힘을 뜻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비유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흔들림 자체를 부정하지 않거든요. 강한 사람이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고도 결국 쓰러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인내를 지금의 방식을 끝까지 고집하는 힘으로 받아들이면, 정작 방향을 바꿔야 할 때를 놓칩니다. 저는 지금은 인내를 "삶을 이어가기 위해 다음 방법을 찾아보는 힘"으로 읽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동네를 한 바퀴 걷고, 밀린 청소를 하고, 책 몇 쪽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행동들이 큰 문제를 곧바로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감각을 남겨줍니다. 그 감각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의 그릿(GRIT) 연구에서도 비슷한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릿이란 목표를 향한 열정과 장기적 끈기의 결합인데, 단순한 인내심과 다른 점은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방법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출처: Angela Duckworth Lab). 니체가 말하는 능동적 인내와 맥락이 겹칩니다.
고통을 겪는다고 누구나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힘들어 무너졌다고 해서 인내가 부족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막막한 날에도 저를 돌보는 일을 완전히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실천할 수 있는 인내에 가장 가깝습니다.
불완전한 채로 시작하는 것, 그게 초월의 첫 걸음입니다
뭘 해도 자신감이 없고, 시작하기 전부터 잘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이 감각이 낯설지 않다면, 그 뿌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 주저함의 밑바닥에는 거의 항상 "잘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적 자기검열(perfectionist self-censorship)이 깔려 있습니다. 완벽주의적 자기검열이란 결과물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을 미리 두려워해 행동 자체를 막아버리는 심리 기제를 말합니다.
『니체의 초월자』는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요청합니다.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다운 성장이 시작되며, 자신의 결점을 수용하고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초월(Übermensch)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초월, 혹은 위버멘쉬(Übermensch)란 완성된 인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려는 과정 중의 인간을 뜻합니다.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인 셈입니다.
2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어도 새로운 학생을 만나면 설명 방식을 다시 고민합니다. 오래 해온 일에도 배울 것이 남아 있는데, 처음 시작하는 일에서 서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문장을 완성하려 하면 첫 줄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적어놓고 다시 읽으며 고칠 때, 생각도 조금씩 분명해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불완전한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 완벽한 시작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실력이 올라간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결점을 수용하고 나아가는 그 과정이 니체가 말하는 초월이라는 것, 막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는 "자신을 넘어선다"는 말을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읽지 않습니다. 익숙한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 조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제가 받아들인 초월입니다. 삶이 무거운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욕망,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욕망을 내려놓지 못해서입니다. 그 짐을 조금씩 내려놓을 때, 한 걸음이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니체의 초월자는 어떤 책인가요?
A. 『니체의 초월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을 바탕으로 고독, 인내, 불완전함이라는 세 주제를 중심으로 편역한 책입니다. 니체 철학의 원전을 그대로 번역하기보다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해, 철학 입문자도 접근하기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제가 읽어보니, 거창한 이론보다 일상의 막막함에 닿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고독이 좋다는 건 혼자 살라는 말인가요?
A. 니체가 말하는 고독은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기대어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와 정직하게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자기 삶의 중심을 스스로 잡는 것, 그것이 핵심에 가깝습니다.
Q. 인내만 하다가 지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지쳐서 무너졌다고 인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방향을 바꿔야 할 때를 놓치고 의지력만으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더 오래 쉬어야 하는 상태가 됩니다. 지금의 방식을 고집하는 힘보다, 다음 방법을 찾아보는 힘으로 인내를 재정의해보면 조금 다른 출구가 보일 수 있습니다.
Q. 자신감이 없는데 불완전한 채로 시작하는 게 가능한가요?
A. 자신감이 생긴 다음에 시작하려 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날은 잘 오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작게 시작하고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는 것보다, 불완전한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 오히려 자신감 형성의 시작점이 됩니다.
결론
『니체의 초월자』를 통해 모든 어려움에 대한 답을 얻은 건 아닙니다. 다만 고독을 무조건 피하지 않고, 인내를 저를 돌보는 방식으로 다시 생각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채로도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남았습니다. 세 가지 모두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오늘은 거창한 변화를 약속하기보다, 미뤄둔 일 하나를 조금 해볼 생각입니다. 끝까지 해내지 못해도 어디서 어려웠는지는 알게 될 것입니다. 가장 작은 한 걸음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제가 받아들인 초월의 시작입니다.